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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없이 가게 된 여행이었다. 마침 여행이 땅기기도 했고, 또한 룸메인 태훈이로부터 조다여행기가 좋았다는 말을 여러번 듣고서 갈까말까 고민했었는데, 며칠전에 떠보니 5시에 출발하고 이미 사람이 다 찼다는... 그리고 연구실 세미나는 7시에 끝난다는, 그런 이유로 거의 포기하고 있던 마당에, 당일날 연구실 세미나가 취소되고, 바로 전화를 해보자 마침 좌석이 하나 남아서 운좋게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조다여행은 차 동아리인 관설차회,다연회에서 매년 가는 여행으로 근 50명 가까이 참석, 버뜨 내 아는 사람이라곤 두어명뿐이니 당연 뻘쭘한 여행이 되겠구나... 어쨌건 이것저것 짐을 버스에 싣고 독수리상 앞에서 5시 20분경 버스가 출발하였다. 첫 번째 목적지는 광주의 춘설헌. 내일 직접 차잎을 따고 조다실습을 할 곳이다.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 꽤 되다보니 버스안에서 각자 소개를 하고, 사람이 많다보니 소개하는데도 한참 걸렸다. 어찌어찌 소정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내려간다. 그나마 태훈이랑 소정이가 옆에 있어서 다행... 이군. 근처에 앉은 애들끼리 첫사랑 얘기를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광주까지 내려갔다.
우리가 내린곳은 광주 동쪽 무등산 자락의 춘설헌.. 증심사 바로 밑이다. 춘설헌은 한국 최후의 남종 화가이신 의재 허백련 화백의 화실이자 후학을 기르던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그 주변의 의재미술관, 미술관 건물 자체는 사실 주위 환경과 별로 잘 안어울리는 듯 하긴 한데, 다음날 들어가 보니 볼만하더라. 우리 올때까지 미술관에 남아있던 연구원 선생님 두분께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적당히 취침하는 분위기. 여자들은 이 미술관의 한쪽 방에서 자고, 남자들은 조금 밑에 있는 차만들던 공장에서 자기로 하다. 원래 이쪽 증심사 주변의 차밭은 자연상태로 자라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을 1911년 일본의 오자키가 현대적으로 본격적인 다원을 조성하여 경영하였고, 이 무등다원이 해방이후 버려지게 되자, 허백련 선생님이 이 다원을 정부에서 허가받아 삼애다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차원을 일구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차가 "춘설차", 농약도 비료도 없이 자연요법만으로 차를 재배한다고 한다. 차 만드는 공장은 나무집으로 그 2층의 복도에서 잘 듯. 옷 하나도 안가져 왔는데.. 쩝.. 자기전에 잠깐 씻고 심심해서 사진좀 찍을려고 나감. 위쪽 증심사쪽으로 올라가니 연등 켜진게 있어 몇장 찍다 내려오다.
위쪽은 너무 컴컴해서.. 다시 공장으로 돌아오니, 이불같은것도 없고 하니 위의 민박집으로 옮긴단다. 그 민박집 아줌마가 배고프다고 하니 밥도 내와서 비벼주고 하여 배불리 먹고 따땃한 방바닥에서 푹 자다.
다음날 일어난게 6시경, 민박집 옆에 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가며 잠이깨다. 왠지 비오는듯한 그소리를 들으며 깼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빨래 걷어야 하는데.. --;;; 일어나 옆의 개울가서 세수하고 머리감고 얼쩡대다 밥먹음.. 오우.. 푸짐했다. 전라도 밥맛, 밥 먹고나서는 여자애들 밥먹는다고 시간이 잠깐 남아서 증심사 올라갔다 오다. 어제 갔던데는 증심사 일주문 근처까지였고 한 100미터쯤 더 올라가니 증심사가 있더군, 근데 뭐 별 여유도 없고 해서 잠깐 둘러보고 내려오다. 꽤나 고풍스러운 대웅전과 그 왼쪽으로 펼쳐진 대나무밭은 멋있었으나 절 주변에 조금씩 보이는 개축한 흔적 같은게 보기 별로 안좋다. 뭐 그땐 몰랐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증심사에 보물이 하나 있었군, 철조 비로자나불.. --;;; 어디 있던거지? 어쨌건 금방 내려와서 짐 옮겨놓고는 차밭으로 올라가다.
차밭은 증심사 쪽으로 올라가다가 옆의 산길로 꽤 더 올라간다. 한 10여분쯤 올라가니 차밭 등장. 이곳의 차밭은 허백련선생이 운영할때는 약 5만평정도, 지금은 4만평가량이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 4만평이지 넓다. 한 8시 10분경부터 본격적으로 차밭에 들어가서 차를 따기시작. 차 따는 기준은 1창 2기라고 하는데 줄기의 끝에 창모양으로 나오는 잎(창)과 그 잎에서 가장 가까운 옆으로 펼쳐진 잎 2개(2기)를 기준으로 딴다. 가지에서 뻗어나오는 줄기쪽으로는 줄기가 연해서 손톱으로 쉽게 딸수 있다. 그런데 잎도 꽤 많고 해서 따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잎 자체가 워낙 작다보니.. 작은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아무리 따도 봉지가 차지 않는다는.. 쩝.. 게다가 예전에 차밭 다니며 사진 찍을때는 그저 멋있기만 하더니 막상 차를 딸려고 차밭안에 들어간 기분은... 차따는것도 은근히 빡씨고, 그보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작렬하는 햇살.... 저 반대쪽에서는 차따는 아줌마들이... 역시 프로다.. 저걸 따면 킬로당 얼마라르니.. 하는. 어쨌건 가끔 차밭 사진도 찍고 농땡이도 부려가며 2시간 여동안 40여명이 투입되서 딴 차잎이 6.2킬로, 작년에 700그램 땃다는거에 비하면 양호.. 내내 햇볕 안볼려고 해를 등지고 차를 땃는데도 얼굴이 타는게 느껴진다. -_-;;; 이런이런..
어쨌건간 따온 찻잎을 골라내고 덖기 시작. 우선 찻잎을 모아서 일창이기가 아닌것들 골라내고, 이기의 밑부분의 줄기를 끊어낸다. 이부분이 실제 차 만들고 덖을 때 문제가 된다는....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솎아내고는 조별로 나눠서 덖기 시작, 덖는건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높은온도부터 온도를 낮춰가며 쪄내어 잎안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것으로서 이렇게 한번 덖고 한번 비비고 하는 작업을 9번 하는 것이 구증구포, 우리는 10번을 덖고 비벼서 십증십포로 차를 완성.... 마지막에 한시간 정도 약한불을 가하며 향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드디어 차가 완성된다.
구증구포라는 말대로 금방 차가 만들어지는게 아니고 아침 10시 반부터 시작하여 얼굴 익을만치 솥과 탁자사이를 왔다갔다하여 차를 완성한 시간은 대충 저녘 5시.... 꽤나 긴 시간이었으나, 나름대로 같은 조 애들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친해질수 있었던 시간... 어느덧 차는 완성이 되었다. 확실히 차 가격의 대부분은 인건비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 차를 따는거부터 해서 덖고 비비고 다 사람손으로 하게 되는데... 처음 딴 차잎의 양에 비하면 수분을 다 증발시킨 차의 양은 정말로 적다.. 덖으면서 허탈해질 정도. 그래도 다같이 둘러앉아 이렇게 만든 차를 달여 마시는 맛은... 입안에 화하고 퍼지는 그 내음하며..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듯한.. 이런 가운데 이동할 준비를 하고 일어난다. 선생님들한테 인사를 하고 버스로 이동 시작..
소쇄원으로 이동한다. 이동하기 전에 연구원 선생님한테 소쇄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움직였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문하생이었던 양산보가 스승이었던 조광조가 사약을 마신후 낙향하여 만든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으로 한국적인 뭔가를 느낄수 있는 정원이다. 작년에 중국여행할 때 상해의 루쉰 공원에서 윤봉길을 기념하는 한국식 정원이란걸 보고 "한국식 정원이란게 뭘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 윤선도의 부용동이나, 이곳 소쇄원 등을 찾으면서 어느정도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중국식처럼 뭔가 어마어마하다던가, 사람 힘으로 다 만들었다던가 하는게 아닌, 규모로서는 그렇게 크지 않더라고 꼭 있을것이, 자기 위치에 있는.... 정자또한 그곳이 자기자리인 듯 위치하는 그러한 느낌이다. 양산보가 이 정원을 조성하고는 "소쇄원을 남에게 팔지도 말고, 어리석은 후손에게 남겨주지도 말라"고 했다던가.... 아늑한 산기슭에 위치한, 또한 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이나 정원안팍으로 흐르는 시내나,,, 말 그대로 자연을 벗삼아.... 이런 것이 아닌가.
계속 있고 싶었으나 시간도 시간이고 이제 해남으로 간다. 광주에서 해남까지는 같은 전남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먼거리,,, 근 3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듯 싶다. 하긴 해남 군쪽도 아니고 거의 끄트머리니까.... 해남 땅끝마을이 있는 갈두리를 지나 한 20분 정도를 더간 해변 근처까지 와서 내려준다. 조별로 방을 하나씩 잡고는 음식을 하기 시작.. 점심을 먹고 나서 아무것도 안먹은 상태라서 다들 굶주려 있다. 신이와 성실이의 솜씨로 밥에 반찬에 배부르게 먹고 술먹기 시작.... 넓은 방에 한데 모여서 마시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아 어색하기는 하였으나 처음에 비해서는 훨 나아짐.... 꽤나 길고도 긴 하루였다.
담날,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오늘 일정 시작.. 오늘 사람들의 일정은 해남 대흥사의 일지암에 올랐다가 차와 라면을 먹고는 목포로, 목포의 초의선사 기념관을 들려서 서울로 올라가는.... 하나 나는 또 홍천으로 가야하다 보니... 미리 홍천에 가기로 약속을 해 놨던 터라 좀 골아프게 되었다. 일지암은 다성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짓고 거주하며 동다송과 같은 다서를 저술한 곳으로 대흥사의 표충사, 여기는 서산대사를 모시는 절, 옆으로 한 30분 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암자. 암자치고는 약간 큰 편이다. 흐음.. 어제 소쇄원에서 뛰어서 시내를 건너다가 다리를 삔 문선양을 부축하고 열심히 올라가다. 이번에 2번째 오는데 일지암 뒤편의 유천물은 여전히 맛있었고, 일지암에서의 경관도 여전히 근사했다. 또한 그 맛나다는 일지암에서의 차는 여전히 마셔보지 못했다. 연이 안닿는 건지.. 쯔쯔.. 여기 일지암에서도 어디선가 몇분이 오셔서 조다 실습을 하고 있었고 3조 정도로 나뉘어서 차를 마시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애매해서 여기서 먼저 떨어져 나오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루종일 이동만 할 듯 싶다. 12시 10분, 열심히 뛰어내려와 대흥사 입구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다. 운좋게 금방 차가 잡히고 더더구나 그 차는 무려 에쿠스였고, 또한 버스타는 곳이 아닌 해남군의 버스 터미널까지 씩이나 공짜로 타고 갔다. 멋진 아저씨들.... 그런데 차 안을 보나 어떻게 보나 크리스챤인 듯 했는데 왜 대흥사 앞에 온건지는.... 어쨌건 다행이 늦지않게 1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고 광주로.... 2시간만에 광주에 도착, 간단하게 터미널에서 점심을 먹고,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탐. 대체 버스를 몇 번이나 타는 건지... 또한 원주가는 차가 시간 맞는게 우등밖에 없다, 흐흑.. 원주로 가는건 고속버스였는데 홍천으로는 시외버스로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도 원주는 예전에 계절학기 들으러 여러번 가본 덕에 터미널 2개가 붙어있는걸 알고 찾아갔으나 요 몇 년 사이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이사가 버려서.... 또다시 택시를 타게 됨. -_-;;; 택시타고 터미널로, 다시 버스타고 홍천 터미널로.. 이리하여 택시1번 버스 3번 히치1번에 가까스로 홍천까지 도착.
보니까 서울에서는 2시간밖에 안걸리더만.. 터미널로 나온 기연이 차 타고 결국 10시 넘어서야 홍천의 민박집 도착했다. 힘들게 오기는 했으나 반가운 아해들.. 이미 한잔씩 얼큰하게 마신 상태였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도 저녘먹고는 합류.. 현우승후기연은정영실들과 함께 열심히 먹어대기 시작.. 배가 꺼질틈도 없이 계속 먹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 맥주에 꼬냑에 백세주 먹다가 끝남.. 이렇게 나온것도 오랜만이어서 할말도 많고... 놀다가 근 3시쯤 잠들다. 이불없이 자서 약간 쌀쌀하긴 했다만 곤하게 자고 나오니 덥다. 여름이구나.. 아침에도 역시나 배 터지게 뭔가 먹고나서 차 2대에 나뉘어서 출발.. 차가 많이 막힐줄 알았는데, 다행이도 그렇게까지 막히지는 않았고 아침에 먹은 밥은 제일먼저 집에 도착하고도 소화가 안되더라.. 배부른, 그리고 술도 덜깬 가운데 만화삼매경으로....
사진으로 다시 짚은 하루
| 시각 | 장소 | 내용 |
|---|---|---|
| 5/2 23:44 | 증심사 | 밤 11시 반, 불 켜진 일주문 |
| 5/3 06:18 | 민박 앞 계곡 | 새벽에 계곡물로 세수 |
| 5/3 07:26 | 증심사 | 아침 햇살이 든 경내 |
| 5/3 07:51 | 춘설차밭 | 햇살이 퍼진 차밭 |
| 5/3 08:30 | 무등산 능선 | 내려다본 광주 |
| 5/3 09:43 | 춘설차밭 | 1창2기로 찻잎 따기 |
| 5/3 11:02 | 춘설헌 | 따 온 찻잎을 멍석에 널다 |
| 5/3 11:58 | 춘설헌 | 가마솥에 덖기 |
| 5/3 12:04 | 춘설헌 | 멍석 위에서 유념 |
| 5/3 14:27 | 춘설헌 | 십증십포, 세기를 그만두다 |
| 5/3 15:38 | 의재미술관 | 전시실 안 |
| 5/3 18:46 | 소쇄원 | 해질녘 대숲 |
| 5/3 19:23 | 소쇄원 | 담을 넘어 흐르는 물 |
| 5/4 08:36 | 해남 바닷가 | 아침 바다에 뜬 배 |
| 5/4 10:07 | 대흥사 | 頭輪山大興寺 일주문 |
| 5/4 10:09 | 부도밭 | 승탑과 비석 |
| 5/4 10:54 | 대흥사 | 이끼 낀 돌계단 |
| 5/4 11:00 | 일지암 | 능선 너머로 보이는 두륜산 |
| 5/4 18:53 | 이동 중 | 차창 밖의 일몰 |
| 5/5 11:23 | 홍천 | 어린이날 아침, 서울로 |
표의 시각은 사진 파일에 남은 촬영 시각이다. 45장 가운데 하루의 흐름이 드러나는 것만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