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이라 장마가 한창이었다. 사흘 내내 우비를 벗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진이 더 좋아졌다. 안개가 끼면 제주는 다른 섬이 된다.

첫날 — 물속과 안개

오전에는 서귀포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 잠수함으로 갈아탔다. 좁은 원통 안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물빛이 초록에서 짙은 청록으로 바뀌고 붉은 물고기가 몇 마리 지나갔다. 아이는 무섭다고 하지 않고 계속 창에 붙어 있었다.

오후에 섭지코지로 넘어갔다. 안개가 두껍게 내려앉아 선돌바위가 겨우 실루엣으로만 보였다. 언덕 위 유리 건물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통유리 너머가 온통 회색이라 밥 먹는 내내 바깥을 봤다.

나오는 길에 현무암을 쌓아 만든 좁은 통로를 지났다. 양쪽 벽이 사람 키보다 높아서 하늘만 보이고, 끝에 물이 얕게 고인 정원이 있었다. 노란 우비와 분홍 우비를 입은 두 아이가 젖은 길을 앞서 걸어갔다.

둘째 날 — 섬을 한 바퀴

아침에는 곰 인형 박물관에 갔다. 방마다 실물 크기의 곰이 놓여 있고 올라타도 되는 큰 곰이 있어서, 한 시간 넘게 붙잡혀 있었다. 나오기 직전에 곰들 사이에 앉아 단체사진을 한 장 찍었다.

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 함덕 백사장이 있었다. 물이 맑고 얕아 맨발로 한참 걸었다. 왼쪽 끝에 서우봉이 낮게 누워 있었다.

오후 늦게 섬 서쪽 차밭으로 넘어갔다. 안개 때문에 이랑 끝이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수국이 피어 있어서 한 송이 꺾어 머리에 얹었다.

해질녘에 남쪽 해안의 주상절리대에 도착했다. 육각기둥이 바다까지 계단처럼 내려가 있고,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물이 기둥 높이까지 튀었다.

셋째 날 — 비 오는 날의 실내

마지막 날도 비가 와서 트릭아트 미술관으로 갔다. 공룡 입에 머리를 넣고, 용의 아가리에 앉고, 천사 날개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어른이 더 열심히 자세를 잡았다.

사진으로 다시 짚은 하루

시각장소내용
6/27 11:35서귀포항배를 타고
6/27 12:03문섬 앞바다잠수함 창밖
6/27 16:32섭지코지 글라스하우스유리로 지은 집
6/27 18:09섭지코지안개 속 성산일출봉
6/27 18:10섭지코지현무암 벽 사이 길
6/28 11:52테지움단체사진
6/28 14:18함덕해수욕장백사장
6/28 17:50오설록안개 낀 녹차밭
6/28 18:57대포주상절리대육각기둥
6/29 13:53트릭아트 뮤지엄공룡의 입

표의 시각은 사진 EXIF 촬영 시각이다. 6/27 오후 2시대의 바위 그늘 쉼터는 사진만으로 어디인지 확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