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차로 세 시간쯤 올라가면 반둥이다. 고원이라 공기가 서늘하다. 2월은 우기 한복판이었다.

빗속의 탕쿠반프라후

분화구 주차장에 내리니 비가 제법 굵었다. 매표소 옆에서 주황색 일회용 우비를 하나씩 사 입었다. 아이는 우비가 크게 남아 발끝까지 덮였다.

카와 라투는 지름이 수백 미터쯤 되는 잿빛 구덩이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사면 곳곳에서 흰 증기가 계속 올라왔다. 비가 오니 증기와 구름이 섞여 어디까지가 김인지 알 수 없었다.

난간을 따라 걷다가 뿌리가 통째로 드러난 고사목 앞에서 멈췄다. 유황 때문에 죽은 나무인데, 검게 굳은 뿌리가 바위처럼 단단했다.

유백색 호수

이튿날은 반대쪽으로 내려가 치위데이의 카와 푸티에 갔다. 여기도 화산 분화구인데 물빛이 완전히 다르다. 유황 때문에 우유를 풀어 놓은 것 같은 흰색이다.

물가에 하얗게 삭은 나무들이 서 있고, 안개가 낮게 깔려 있어서 풍경이 비현실적이었다. 유황 냄새가 독해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앙클룽

오후에는 반둥 시내의 사웅 앙클룽 우조로 갔다. 대나무 악기 앙클룽을 만들고 공연하는 곳이다.

지붕만 덮은 원형 무대에서 아이들이 색색의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췄다. 가면극이 이어지고, 나중에는 관객 아이들까지 무대로 불러내 함께 돌았다.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관객 전원에게 앙클룽을 하나씩 나눠 주고, 진행자가 손짓으로 음을 지정하면 그 음을 든 사람이 흔든다. 그렇게 수백 명이 한 곡을 맞춰 냈다. 대나무 통 두 개가 흔들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났다.

마지막 날 아침은 수영장에서 다 보냈다. 계곡을 마주한 야외 풀이라 물이 차가웠는데도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나왔다.

사진으로 다시 짚은 사흘

시각장소내용
2/9 13:59탕쿠반프라후비에 젖은 분화구
2/9 14:12분화구 능선우비를 입고
2/9 14:36능선뿌리가 드러난 고사목
2/10 11:39카와 푸티유백색 호수
2/10 13:37호숫가안개에 잠긴 물가
2/10 15:53사웅 앙클룽 우조전통춤
2/10 17:52무대가면극
2/10 18:30객석관객 합주
2/11 08:58리조트 수영장아침 수영
2/11 10:11리조트계곡을 낀 숙소

표의 시각은 사진 EXIF 촬영 시각(현지 시간)이다. 숙소 이름은 사진만으로 확정하지 못했다.